
오래된 레코드가게에서 먼지가 수북이 쌓인 그 LP를 발견했을 때, 'Donauwellen Walzer' 도나팔렌, 도나우웰런, 돈아웰렌. 낯선 것을 발음하는 입술의 모양새가 못나고 못난 내 연인을 닮았다고 생각했다. 낭만이 쏙빠져있는 개량형 축음기에 왈츠 레코드를 얹어놓고, 이루지 못한 사랑을 위하여 밤보다 긴 편지를 쓰던 밤. 앞에 놓인 원고지에 연필을 긁어대며 이것이 비련의 소설인지 웅크리고 도사리고있던 정체모를 열병인지 싶어 혼자 피식피식 웃고 있을 때, 팽팽하게 조여있던 사랑 하나가 기습적으로 튕겨와 내 한쪽 눈의 핏줄을 끊어놓았다.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왈츠는 멈추지 않고. 아, 다뉴브. 고장난 사랑이 지지직 거리는 소리. 내 입술은 달싹거리며 다뉴브 다뉴브. 불안의 외투가 두꺼워지는 건 사랑한단 말을 반복하는 순간이다. 사랑이 되기 위해 발버둥 치던 이국의 단어 다뉴브. 혀로 입술을 훑어내자 다뉴브는 내 안의 까만 밤을 한 바퀴 돌아보곤 홀연히 사라졌더랬다. 왈츠는, 내 눈으로 튕겨왔던 사랑이 끊어진 핏줄을 꽉 껴안은 채 바닥에 널부러져 가쁘게 숨쉬고 있는걸 가만히 지켜보고.
<그림출처: http://blog.naver.com/yuill333/110048932946>
at 2009/12/21 17:41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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